2023 창작과 비평 겨울호까지 왔다.
함께 읽는 선생님들과 '대화'편을 나누자고 미리 고지하고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대화'편이 잘 읽히지 않았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사회 전반에서 반복되는 암울한 뉴스들에 대한 회피와 외면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싫었다는 사실이다. 나말고 다른 이도 페이지를 넘기는데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에 조금 위로받으며, 글을 쓰는 이번에는 외면하는 나를 설명할 근거들을 찾아내는 마음으로 읽었다.
저는 지금의 상황은 한마디로 아노미 상태, 즉 방향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p.259 서복경
전반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방향을 못 찾는 상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대부분 모르는 상태.
정치, 경제, 사회, 노동 모두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찾지 못하는.
코로나의 위기도 똘똘 뭉쳐 극복하게 한 문대통령 시절이 기억나 지금 더 큰 실망을 하고 있다. 이대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차라리 뉴스와 정치를 끊게 만들고 있다. 내 마음이 버티기라도 하게.
방향상실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면서도 결국 전환이 지체되어서 오는 위기라고 봅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되새기는 구호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입니다. p.264 이태호
다시 읽으면서는 '아직 지향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 '노동의 발전적 전망 부재'를 읽었다. 무언가 만들어보는 경험이 부족했던거 아닌가. '생성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말이다. 어디로 가겠다는 지향점이 분명했다면 극우 정치세력이 이렇게 장악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들은 가야할 지점이 분명해 돌아가지도 않고 거의 KTX의 속도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미래 세대에게 선거교육이 필요한데, 수업 시간의 모의 선거도 선거법 위반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었다. 정치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결국 어떤 입장도 취해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을 만들고, 결국 젊은 세대는 윗 세대에게 분야에 관계없이 '왜 정치질을 하느냐'고 물으며 정치와 현실 사회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하는 분통이 터지는 이야기.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이고
어떤 후보가 의미있는 대안을 내고 있는가, 어떤 정당의 구호와 실천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나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정치란 무엇인지 현실을 일깨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
어디로 가야할까. 하는 지향점에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부동산과 세금에 밀려 결국 극우 정치세력에게 자리를 내줬다고 생각했다.
... 사람들이 극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사실 많이 상처받고 실망했음을 지금 쓰면서 알았다.
대화 편에서 이태호님이 백래시라는 단어를 써서 설명했다. 현정부의 출현은 고치고자 했던 의지에 대한 백래시라고도 볼 수 있다. 백래시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백래시 :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로, 주로 진보적인 사회 변화에 따라 기득권층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 그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다.
20대 대학생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친구가
요즘 대학생들이 8-90년대의 민주화 세력에게 얼마나 반감이 있는지 말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와 둘이 만나면 이야기의 끝은 늘 가진 것은 없어도 옳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는 말이 옳은 말인가 이 아이들의 적대는 무엇인가 머리를 맞대고 한참 고민을 했었다.(너무 오래 살았나봐 하면서)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백래시를 듣고 보니 적대와 혐오라는 감정이 무언가의 반발 심리 및 행동에서 기인했다는 설명에 이해도 가고 조금 뭐랄까... 안도하기도 했다.
백래시는 기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공간이다. 없으면 회전할 수 없다.
지금이 회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반동을 발판삼아 가야겠다.
아직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하는가.
동경대전의 문구를 적어본다. 나는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
종교체험에서 비롯한 '다시개벽'은 일상에서 사람을 한울님처럼 대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으로 이어진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 또한 그리 공경하라고 했다. 사물을 공경하고[敬物, 경물], 사람을 높게 여기는 일[敬人, 경인]이 결국 하늘을 섬기는 일[敬天, 경천]인 까닭이다. 사근취원(捨近取遠), 즉 가까이 있는 것을 버린 채 먼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뜻이다. 일상을 버리고 하늘을 찾을 수 없으며 하학(下學)없이 상달(上達)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삼경(三敬) 중 일상에서의 경물과 경인이 경천보다 우선한다.
p.291 기독교의 개벽적 전회
'클럽창비 > 2023 창작과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emergent ability (2) | 2023.11.26 |
|---|---|
| [창비어린이 82호] (1) | 2023.10.09 |
| [201호 가을][책머리에] 청렴한 당신의 밥그릇 (0) | 2023.09.25 |
| [201호 가을][ㅅㅌㅅㅌ] 추억과 새로움 (0) | 2023.09.13 |
| [200호 여름][ㅅㅌㅅㅌ] AI 시대? 나는 교사다!!! (0) | 202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