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럽창비/클럽창비 2기(2025.7~)

[필사](2025.9.14.) <창작수업> ‘연대‘. ’나‘와 ’우리‘의 삶은 동시적이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무엇이었나요?”

  저는 사람들이 수학을 가장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대학교 4학년 때 교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물리’라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적이었어요. 수학이 아니냐고 되묻는 제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수학은 잘하고 싶은데 못하는거고, 물리는 ‘싫다’고. 으윽. 물리 교사를 하겠다 마음먹은 시점에 참 주눅드는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어쩌다가 대부분 싫어하는 물리를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역사 속에 묻혀버린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국민학교에서는 ’과학’책이 없었습니다. ‘자연‘책이 있었지요. 지금의 과학책입니다. 저는 자연 과목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싫어하는 쪽이었을지도… 그 때 제 꿈은 ’과학자‘였어요.
  ‘응?’
  싶으시죠? 아하하.
  저는 책읽기를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교과서를 받아온 날이면 ’읽기‘책, ’국어‘ 책에 있는 문학 작품은 다 읽어버렸죠. 그럼 ’국어’를 좋아했는지 궁금하시죠? ‘국어’는 적당히 좋아하는 편이기는 했지만 ‘글쓰기’는 싫어했었습니다. 앞서 책읽기라고 굳이 말한 이유는 상상력 가득한 글쓰기를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하던 그런거 있죠. ‘가을’을 주제로 시를 쓰세요 같은. 전 그게 싫었어요. 아무 생각이 안났거든요. ㅜㅠ
  그리고 수학도 좋아했어요. 기본 원리를 토대로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게 재미있었어요. 아마 비슷한 이유로 퍼즐 푸는 것도 좋아했어요. 정확한 과정은 생각나지 않지만 국민학교 때 ‘가쿠로’라는 퍼즐책 1권을 진짜 열심히 풀었고 2권은 확실히 직접 사서 끝까지 열심히 풀기도 했었죠. <70일간의 논리여행>도 진짜 열심히 풀어냈던 책 중 하나입니다. 이걸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과학자가 꿈인 제가 ’자연‘은 싫어했습니다. 플라나리아를 자르면 잘린 부분이 각각 자라서 한마리가 되고, 철가루를 뿌리고 밑에 자석을 가져다 대면 철가루가 어떤 모양을 나타내고… 이런게 왜 제겐 재미가 없었을까요? 그런데 왜 꿈은 과학자였나… 집에 있던 위인전 중 <장영실>을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관노의 아들로 태어난 장영실이 입이 부르터서 아무것도 못 먹는 원님이 미음을 먹을 수 있게 해준 것을 계기로 마을의 가뭄이 심각할 때 먼 곳의 물을 끌어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어려운 일을 해결하면서 나중에는 희대의 성군이라는 세종대왕 및 여러 학자들과 함께 업적을 남긴 장영실 이야기에 매혹됐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세상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한 장영실의 능력과 태도가 너무 멋있었거든요. 아마도 과학자는 제가 인식한 첫 직업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말도 안되는 어린아이의 생각이었지만 사람의 첫 인식이 꽤나 중요한건지 중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과학이 좋아지고, 그 중에 특히 물리라는 과목이 좋아지다보니 대학도 물리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널린 현상들을 보며 통찰로 묶어가는 물리과목이 세상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까지는 물리가 그냥 좋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세상에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는 것이 그런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결국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사람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 그간 쌓아온 물리에 교육을 통합해 ‘물리 교사’ 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게 물리교사라는 직업은 배운 것에 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면서 또 배우는 과정입니다. 논어 위정편의 말씀을 마주하면 딱. 제 마음입니다. 너무너무나 어렵긴 합니다만… 위태롭지 않으려면 하는 수 없지요. 생각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함께해야 위태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작수업>의 머리말이 너무 좋았어요.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알고 끝나지 않고, 나를 알고 끝나지 않고 창작을 하고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그 태도가 참 좋았습니다. 이 세상의 나는 나 홀로 존재할 수 없고 혼자서는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없었을테니, 우리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곧 나를 알고 배우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의 교집합을 클럽창비 2기 주제인 ’연대‘에 걸맞게 ’창작’이라는 제목을 둔 책들, 클럽 창비 2기의 살롱 중 3개를 선택했고 글들간에 ’연대‘하고 엮어서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위 필사한 바와 같이 제 문장을 낚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너무 좋네요. ^^

  지금은 물리 교사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교육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제 교사로서의 목표는 아이들이 ’주관’을 가지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물리가 꽤 좋았고, 지금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는 책읽는 게 굉장히 좋았고, 지금도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저는 교육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숙고하고 통찰하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종합해보니 물리 교사가 꽤 어울리는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저는 물리 교사가 좋습니다. ^^ 사실은 그보다도 ‘교사’, 아니 ‘함께 배우는 사람‘이 좋습니다.

  제 포부는 이거에요. 사람들이 저와 이야기 나누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만의 문장을 낚고 싶어하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가졌으면 했던 그 ’태도’를요. ‘싶어하면’ 그에 다가갈 것이고 시작하는 것만으로 이미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잘 엮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의 이야기로 엮일 테니까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법이라고 믿습니다. 각자가 나로 살 수 있을 때 우리로 살아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나로 설 수 있는 시작이고 나로 살아가는 것이 곧 우리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요상한 말이지만… 제 깨달음은 요렇게 요상하게 되어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