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럽창비/클럽창비 2기(2025.7~)

[필사] (2025.9.14.) <대온실 수리보고서> 인생은 무수히 많은 우연과 필연으로 이루어진다

인생에는 필연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 인생을 변화시키는 우연
  때마침 들어온 일이 잊으려 해 잊어졌던 원서동의 기억과 닿아있었던 건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맡지 않으려 했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나눈 것이 마침 새로운 일을 맡게 된 친구 은혜의 딸 산아였던 건. 고민일 때는 하고 본다는 산아의 말은. 중학교가 끝날무렵 해도 될 외지로 나갈 고등학교 고민을 아빠가 중1 끝무렵에 시작한 일은. 사람에게 가장 친화적일 곤줄박이같은 동료를 만난 건. 마침 낙원하숙의 안문자 할머니에게 의논한 건. 영두가 흰꼬리’수리‘와 흰죽지‘수리’에 관한 홍보책자 작업을 했던 건. 마침 그 할머니에게 초 6부터 서울로 학교롤 옮긴 손녀가 있었던 건. 이번에 들어온 일이 ’수리‘ 보고서이고 그가 ’수리‘라는 언어유희를 한 건. 할머니의 그 손녀가 친손녀가 아니었던 건. 우연에 우연이 겹쳐 앞으로의 인생이 그려지는 건 아닐까.
  영두와 산아의 대화를 보며 잠시 쉬며 내 인생을 변화시킨 우연의 순간은 어제가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이 순간 생뚱맞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책의 필사를 하기 시작한 것도 그 우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며 내 인생의 우연을 돌아보게 된 것만으로도. 농활에서 돌아오는 중간 지나치는 집 근처에 하차해도 될 것을 굳이 끝까지 함께 한다며 서울로 복귀한 우연과 마침 딱 한 번 만났던 3년 위의 휴학한 선배가 며칠 전 내가 꿈에 나타난 우연이 겹쳐 스무살 인생에 첫 연애를 하게 된 순간? 직업을 구하던 중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대학교의 입학사정관 TO가 있다고 전해준 선배의 추천?  집 계약이 어긋나 갑자기 새로운 집을 찾다가 꼬이고 꼬여 매매를 한 후 집값이 오른 순간? 그러고보니 무수한 우연이 내 인생을 다행스럽게도 만들고 힘들게도 만들어왔구나.

  # 우연만이 아닌 인생
   영두가 어릴 때부터 새를 많이 알았던 것, 사람을 새에 비유해 인식할 정도로 새가 인생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것, ‘수리‘에 관한  홍보 책자를 쓰게 된 것, 근친에 가까운 친구가 있었던 것 등. 영두의 우연은 영두가 힘껏 살아온 ’그때까지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기반이 있었기에 갑작스레 찾아든 낯선 우연이라는 녀석이 내 인생을 구축하는 일부가 될 수 있는게 아닐까. 은혜가 추진체고 그 위에 얹힌 게 산아라면. 추진체가 떠나온 지구,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지구는 무엇일까. 영두가 보는 그 추진체와 인공위성은 영두라는 인생에 죽고 못 살던 은혜와 영두의 관계의 결과가 아닐까. 영두가 <고건축용어사전>을 읽고 있지 않았다면 산아와의 대화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우연은 그 우연을 받아들일 토양이 있어야 심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익숙한 내 삶에 문득 낯선 우연이 찾아왔을 때 우리 인생은 차츰 새로운 모습을 더 담아내면서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