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만년필이 나오다말다… 도구 탓이라도 해봅니다… ㅜㅠ 그 무엇도 제 똥손을 넘어서는 이유는 없는 것이지만서도… ㅜㅠ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
# 그 전체가 내 삶이다
내 삶의 과거 어느 한 조각을 잘라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잘라낼 수 있을까요? 별 것 아닌 순간? 정말 창피했던 순간? 만약 그 순간 중 하나를 없앤다면 지금 내 삶은 어디에 표류중일까요? 과거의 일이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하다보면… 아이고… 아닌 게 없네? 싶어집니다. ㅎㅎ

영두의 과거와 현재가 어느샌가 구분되지 않고 혼재하지만 혼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과거의 모든 것이 나를 꽁꽁 얽어매는 연결 고리임을 또 실감합니다. 그 중 하나를 끊어낸다면 그 이후의 고리들이 모두 끊어지지 않을까요?

흙흙… 내 삶이란 나라는 씨앗을 품고 틔워온 흙일까요 씨앗일까요? 그 전체가 제 삶일 수 밖에 없겠구나… 싶어집니다. 함께 읽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에서 헤르만 헤세가 노래했듯 그 시절 이후 노래한 것은 모두 첫사랑의 울림과 빛을 아프게 따라한 메아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아픔 안에는 첫사랑의 달콤함과 독특함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의 우듬지에서 돋아나고 자라난 토양과 성장한 나무가 있습니다. 그 안에는 상처도 있고 회복하며 더 튼튼해진 줄기도 있고 탐스럽게 열린 열매도 있습니다.
# 지금 이 순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런데… 영두의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은 과연 어디서 시작했을까요? (아마도) 그 시절 영두가 생각했던 빽에게 욕했던 그 순간일까요? 아니면 순신이 공고 교복을 그대로 입고 영두의 학교에 찾아온 그 순간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영두와 전혀 상관없었던 시험문제 유출 순간이었을까요? 영두의 그 불행은 안나가 순신의 고등학교를 물었을 때 거짓말을 한 순간은 아닐까요? 아니면 주소지를 속이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서울로 고등학교를 다니겠냐는 아빠의 물음에 아니라고 답하지 못했을 때? 영두의 삶에서 그 불행에 이르기까지 떼어놓을 수 있는 순간이 과연 있을까요?
삶은 순간들의 덧셈이 아닐겁니다. 삶이란 것은 순간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 순간이 있기까지 쌓이고 합쳐진 ‘나‘와 또 다른 ‘삶’이 함께 만들어 낸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시공간과 기억이 내 삶이겠죠? 그러고 보면 ‘나의 삶‘이라고 구분지을 수 있기는 한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뭔가 특출난 순간은 있을 수 있겠죠? 그 중에서 지금 거실에 놓인 저 책장이 제 삶에 오게 된 오랜 기억 하나를 공유해봅니다.
‘졸업하고 나면 이런 곳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건가?‘
대학원 2년차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들 속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다 읽어내지 못할 책들에 둘러쌓인 이게 행복이구나 싶은 순간 문득. 졸업하고나면 이런 곳이 사라지는건가 싶어 두려워졌습니다. 초등학교 때 조금씩 받는 용돈 모아서 한참이나 걸어 도착한 서점에서 고심고심 고른 책들을 모으다가 어느 날부터 도서관 대출에 재미붙인 나날이 이어지면서 구입한 책은 전공 서적밖에 없었는데… 그날부터 정신없이 책을 사 모았지요. 마침 인터넷 서점과 특가 이벤트가 출몰하던 시점이라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기도 했고 홀린 듯이 책을 사모았습니다. 와중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시리즈에서 <운수 좋은 날> 등을 읽으면서 아… 초등학생 때의 나, 고등학생 때의 나는 아직 인간이 아니었구나를 느끼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한밤중 연구실에서 펑펑 울면서 책을 읽기도 했었습니다. 그 수집벽 덕분에(?) 지금 거실에 저런 책장에 책이 한가득, 그리고 안쪽 방에도 비슷한 크기의 책장에 책이 한가득…입니다.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못읽은 책이 대부분이라 한동안 자제중이지만 언제 또 도질지 모르는 수집벽에 발발 떨고 있습지요. 아마도… 학교라는 곳에서 교과서 받아온 날 문학작품은 당일에 다 읽어버리던 고등학생 때까지의 나, 대학원 2년차 때 도서관에서 행복했던 나, 문득 두려워진 나로부터 비롯된 현재인 것 같네요. 그 안에는 행복함도 두려움도 그리고 지금 나이든 저의 경제력(?)도 모두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때, 대학원 2년차 때 사모은 책들은 어디 갔는지 없는 책들이 많으니… ㅜㅠ
다른 분들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하니 미션 게시판 훔쳐보러 가야겠습니다. 이렇게 또 ‘우리’의 삶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생각하니 편안하고 따뜻해지네요.
'클럽창비 > 클럽창비 2기(2025.7~)'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필사](2025.9.28.) <창작수업> 사람과 문학, 질문과 연대 (2) | 2026.07.11 |
|---|---|
| [필사](2025.9.21.) <창작수업>, <바이센티니얼 맨> 자유, 사랑, 생명 (0) | 2026.07.11 |
| [필사](2025.9.14.) <창작수업> ‘연대‘. ’나‘와 ’우리‘의 삶은 동시적이다. (0) | 2026.07.11 |
| [필사] (2025.9.14.) <대온실 수리보고서> 인생은 무수히 많은 우연과 필연으로 이루어진다 (0) | 2026.07.11 |
| 무심함에 대한 반항의 언어 (5)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