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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이야기/ㅅㅌㅅㅌ 이야기

[쌤일기] 지속가능 대나무숲이 되기 위한 다짐(?)

「분리 수거」(김완, 『죽은 자의 집청소』, 김영사)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구분해두기 위해 네 칸으로 나누어진 수거함에 사라진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불을 피우는 데 쓴 금속 토치램프와 부탄가스 캔은 철 종류를 모으는 칸에, 화로의 포장지와 택배 상자는 납작하게 접힌 채 종이 칸에, 또 부탄가스 캔의 빨간 노즐 마개는 플라스틱 칸에 착실하게 담겨 있었다.

잘도 해놨네.

의문은 현관문 왼쪽에 놓인 가정용 분리수거함을 정리하며 풀렸다.

어떤 의문?

자살 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고? 그 상황에서 대체 무슨 심정으로? 자기 죽음 앞에서조차 이렇게 초연한 공중도덕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대체. 무슨 심정으로.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윤리 교사 아버지의 바른 교육으로 착하고 준법 정신이 투철한 정신의 소유자 만수(영화 《쏜다》(2007) 속 만수(감우성 분))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딱 노상방뇨 하기 전까지의 만수. 그 누철한 윤리정신 덕분에 이혼과 정리해고 통보를 동시에 받은 만수 최초의 범법 행위 노상방뇨는 결국 도심 속 대규모 범죄검거로 이어지는 말도 안되는 영화입니다. <연애시대>의 동진(감우성 분)과 유은호(손예진 분)이 너무 인상에 남아 봤던 그 영화가 당시에는 실망으로 남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아른거리면서 가끔 떠오릅니다. 죽는 순간에조차 완벽한 「분리수거」를 하는 그가 또다시 불러온 만수. 딱 노상방뇨를 하기 전까지의 만수. 아니 그 직전 좌절하고 간판을 걷어차고 소리치기 전까지의 만수. 차라리 간판을 걷어찼더라면, 차라리 노상방뇨를 했더라면 그는 오히려 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죽은 이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밀실.
신중하게 단추를 채우듯 밀폐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고, 화장실 바닥에 캠핑용 간이 화로를 놓고 착화탄 여러 개를 얹어 불을 피웠으리라.

  그의 선택은 선하고 여린 마음이 이끌어 낸 결과일까요 완벽주의와 신중한 성향 때문일까요. 지금에 와서야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닙니다. 궁금해야할 건 그게 아니겠지요. 누가 그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누가 그를 그렇게까지 몰고 간 것일까요. 또 다른 그가 생기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런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했지요. 가만 있다고 가마니로 보지 말았어야 했지요.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사람으로라도 살 수 있었어야겠지요. 그를 위한 대나무숲이 하나쯤은 있었어야 했지요. 얼마 전, 십여 년만에 다시 만난 후배가 어느 날 카톡을 보냈습니다.

여보세요? 내 대나무숲 좀 해주지 그래요?

요즘 벌목이 많이 되서 대나무숲이 다 사라졌대요-

  저에게는 농담이었던 말이 그에게는 현실이었나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선물받은 것이 이 책 『죽은 자의 집 청소』입니다. 내일은 그 후배에게 한 번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교사로 학교에서 한 학급의 담임교사를 맡게 되면 간혹 그런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어느어느 검사를 했을 때 나타나는 아이지요. '자살'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 자리가 바로 교사이고 어떻게 하든 욕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속편한 자리가 바로 교사이지만 그런 아이를 만났을 때, 아니 평소에도 대나무숲을 생각하는 교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적극적인 대나무숲 교사

언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대나무숲 아빠

속내를 털어놓기 전에 미리 듣는 대나무숲 배우자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다짐해 봅니다.

  백영경 문학평론가는 『창작과 비평』 190호(2020년 겨울호)의 「생명, 노동, 돌봄의 문학」에서 돌봄의 윤리는 인류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서 '나' 역시 돌봄의 대상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깊이 공감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저를 포함한 모두가 되길 바라는 대나무숲은 이겁니다.

내 대나무숲도 만들어가는 지속가능 대나무숲

  모두가 누군가의 대나무숲이 되는 날을 바랍니다. 언제나, 모두에게 찾을 대나무숲이 하나쯤은 있기를 바랍니다. 건물 청소를 하는 분의 말같은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정성껏 잘 정리해주세요. 남 일 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에요. 그런 사람이 잘살아야 하는데...... 진짜 남 일 같지 않아요.

  다음 사람이 건물 청소하는 분이 아니게 만드는 힘이 그 마음이라고 믿습니다.

인용은 모두 「분리수거」이며, 순서는 본문과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