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 맞다. 그렇다 해도 옆소방서에서 소방관이 화재로 크게 다쳤는데 우리 소방서 사람들 불러놓고 우리 소방서 평판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말만 하는 건 사람으로서의 도리로 보기엔 조금 너무한거다.
나는 학교가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나는 학교가 교육기관이기를 바란다. 나는 학교가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둘러보았으면 한다. 나는 학교가 실패를 즐기기를 바란다. 나는 학교가 눈 앞의 아이에게 충실하면서도 사회를 조금 더 바라보았으면 한다.
내가 아이를 위해 쏟는 애정이 잘 포장해서 부족한 아이가 경쟁에서 이기도록 하는 부정 행위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으로 이어져서 얻는 결과이기를 바란다. 진짜 실패는 남들이 성공이라고 하는 것이나 내가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는 것을 뜻한다. 아이가 당장의 성공을 바라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는 그 경험을 진짜 실패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극을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대입에 성공하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성과를 얻고 그로부터 실패로부터 실수를 수정하고 아닌 것을 배제하는 걸 배우기를 바란다.
역시. 나는 예민하다. 비뚤하다. 그래 그건 인정한다!!! 그래도 조금 거슬리네. 쿨하지 못한 나도 거슬리네. 잠시 전학을 갈까 싶다가 교직에 살짝 좌절했다가 왔다갔다. 어쩌겠어. 이게 현실인데. 나라고 좋은 말만 하고 사는게 아니고 많이 부족한 사람인데.
드문드문 봤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요즘 조금씩 보고 있다. 이거… 힐링이 참 되네… 근데 현실에는 없네… 사람들이 회귀물을 보면서 통쾌해하고 안심하고, 모두가 밀수꾼인 <밀수>를 보면서 해녀들이 해녀들을 부리던 더 못된 놈들(?)을 제거하는 통쾌함을 느끼는 게 조금 무서워지기도 한다. 강한 자극, 순수한 형태의 마음. 이런 걸 보다보니 현실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지는 걸까. 좋은 마음도 악한 마음도 순수한 것만을 보다보니 선한 마음을 마주할 때는 약한 느낌이고 악한 마음을 마주할 때는 더 큰 절망을 느끼는 듯 하다. 드라마도 요약정리로 보는 세상이 조금은 무서운 세상이다. 알 수 없는 세상일에도 누군가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요약해놓은 것만을 전부라고 보고 순수한 선이나 악처럼 대하는 요즈음의 모습이… 꽤 무섭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수도 없이 다짐하면서도 잘도 좌절을 한다. 다시, 다시, 다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변화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나는 나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누가 영향을 주든 결정은 내가 하는 거니까.
그래서.
가만히 곱씹으면 고소함이 묻어나는 담백한 빵을 즐기듯이 선한 마음도 악한 마음도 음미하고 즐겨야겠다. 현실로 돌아오자. 현실의 소소하게 선한 마음,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들을 보자.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순수한 선을 만나는 건 마음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 살아갈 힘을 주지만. 순수한 마음에 면역력이 생길 수 있는 정도로만.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아이들이 하기를 바란다. 결국 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을 스스로도 가져올 수 있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소박 담백하더라도.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내 바람들도 왔다갔다 할 지 모른다. 그래도 지금 이 바람이 내 바람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속도 좀 시원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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