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컴박스 개봉기

2025년 클럽창비 2기의 주제는 ‘연대’이다. 1년간 계간지 <창작과 비평>을 구독하는 것 이외에도 출판사 창비에서 출판된 책 6권을 받아볼 수 있다. 추가로 받아볼 책의 선택지가 꽤나 많고 지정된 도서도 있다. 작은 책도 있고 큰 책도 있다. <창작과 비평> 4권도 꽤나 두껍고 요즘 책 가격이면 그것만으로도 5-6만원은 기본일텐데 일찍 신청하는 얼리버드에게는 웰컴키트나 살롱 등의 혜택이 있음에도 6만원이 안되는 액수라니 정말 ㅎㄷㄷ하다. 얼리버드가 아니어도 충분히 착하고 ㅎㄷㄷ한 댓가만 치르면 가입할 수 있으니 서둘러 클럽창비를 검색해서 가입하시라.

여러가지 강연이나 서평단 모집 등의 이벤트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정성이 느껴져서 박스부터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뜯어보면 이미 6만원은 되는 물품들이 가득하다. 이게 추가 혜택의 일부라니 너무 감사하지만 이것이 흥행성이 낮은 출판사의 비애인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해야할만큼 자극적인 소재만 소비하는건가…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밀려온다.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도 일과 여가의 균형을 논했다고 하던데 자극적인 소비재와 함께 창비와 같은 출판사도 배짱 부릴만큼 소비되면 좋겠다. 그럼 배짱 혜택이 더 커지겠지? 시집 아래로는 박스 속의 박스 웰컴키트박스 안에는 작은 수첩과 스티커 등이 짜잔~ 숨겨져 있고, 오른쪽 뒷면 보이는 책은 핫한 소설책 <대온실 수리보고서>이다.

오른쪽 위의 핑크책은 기본 추가도서인 <셀렉션>이다. ‘연결되는 마음을 위하여‘라는 주제와 관련해 앞서 발간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글의 일부를 모은 책이다. 첫번째 글은 21년 가을호 책머리 글의 일부를 옮겨두었다. 창비, 그리고 <창작과 비평>이 일구고 지켜온 시간과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첫번째는 너다 <셀렉션>
왼쪽 아래는 <십시일반>(왼쪽 링크는 내가 구입한 초판도서이고 현재는 시리즈물의 첫번째 도서가 되서 창비인권만화01이 써있는 개정판)과 <사이시옷>으로 시작된 창비인권만화 시리즈의 4번째 도서인 <호시탐탐>이다. <십시일반>과 <사이시옷>은 대학생, 대학원생 때 처음에 나온 책을 구입해서 봤는데 지금은 표지가 바뀌었지만 현존하지만 관심을 적게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리얼리티와 상상력으로 담아낸 내용들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읽은 책이다. <사이시옷>은 많은 ‘송곳’, ‘100도씨’, ‘지옥’, ‘계시록’ 등 드라마나 영화화도 많이 된 최규석 작가의 작품도 실려 있어 해당 작품들을 인상깊게 본 분들이라면 반가워할지도. 사이시옷을 읽은지 거의 20년만에 3번째인 <어깨동무>를 건너뛰고 4번째인 <호시탐탐>으로 만나니 세월이 참 빠름을 느낀다. 20여년 전과 또 다른 차별, 인권, 관점,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다른 책들도 역시 시/에세이, 소설, 교양100그램 시리즈 등의 범주에서 고르고 고른 도서들이라 기대가 된다. 체하지 말고 차근차근 담아가야겠다.
# <셀렉션> 첫 글. ‘아이들이 잘 자라는 나라‘(202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 책머리에 중)
<창작과 비평> 책머리에는 해당 호의 구성과 글에 대한 소개가 실려있다. 이번 <셀렉션>에는 은유 작가의 미등록 이주아동의 마음 시리면서 따뜻한 이야기인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시작으로 쓴 22년 대선 직전의 앞부분이 실려있고, 뒷부분은 가을호의 다른 글들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작은 책의 4쪽 분량일 뿐미이지만, 분명 사회의 한 축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이야기는 작품 속 표현처럼 ‘닿지 않는 행성’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안 사는 것도 아닌’ 소외계층과 그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가슴 답답한 현실을 다룬 책에서 시작한다. 그러한 문제 인식은 나름대로 희망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거쳐 법과 제도의 뒷북과 한계 지점을 지난다.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해서‘ 존재하게 된 이주 노동자들과 미등록 이주아동을 반드시 사유되어야할 우리 사회 공동의 문제임을 지적하며 차별금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거쳐 202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우리가 짚어봐야할 정치와 시대의 과제까지 도달하는 글은 짧으면서도 강렬하다.
이 글을 첫번째로 놓은 이유야 많겠지만 나로서는 매우 적절하게 느껴지는 선택이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그 사회의 영혼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이’는 점점 더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는 현재이자 미래이고 생후 꽤 오랜 시간동안 현재이자 과거가 될 존재들의 보호를 장기간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영혼이 적나라하게 담긴다는 말이 깊숙이 와 닿는다. 어느 나라의, 누구의, 어떤 환경의 아이라는 말과 무관하게 모든 아이는 나의 미래를 규정할 존재이다. 결국 부양이 필요할 나를 생각해서라도
’아이’는 그 사회가 숙고하고 지켜내야할 최소한이다.
결국 나의 현재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으며 무엇을 사유해야하는지에 대한 백지연의 글이 연결을 대하는 첫번째 글로써 크게 와닿는다. ‘아이’라는 화두가 현재 나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지 않기를, 이념과 사상에 편향되서 다뤄지지 않기를, 현실과의 균형과 다양함 속에서 숙고되기를, 일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인 관점에서 사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정의로움’을 빌미 삼아 손쉬운 정체성 정치의 프레임에 안주하는 구태의연한 정치문법에 일침을 가하면서
냉소와 불신을 넘어 우리가 살아갈 세계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주인의식을 지니고 꼼꼼하게 나라 만들기의 공약을 점검하고 헤아려갈 때 더 나은 제도와 세상을 만드는 길 역시 열릴 수 있다
며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시대의 과제로 제시한 문학평론가 백지연의 글이 반갑고도 무겁다. 최소한이면서 동시에 최대한의 화두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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